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주 일요일
장마라 그런지 비가 내리는 날도 너무 덥다.
큰아이를 학원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
오이지 맛있게 담궜으니 가지러 오라는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.
엄마에게 전화를 했다.
" 엄마 나 지금 오이지 가질러 가도 돼? "
" 그냥 오면 되지 전화는.. 운전 조심해서 와 "
같은 동네는 아니지만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으나
바쁘다는 핑계로 그 마저도 잘 안 되는 건 나뿐만은 아니길.. ^^;;
친정집 근처에 도착해서
건너편에 주차를 하고
촌스러운 파란색 대문을 열고
계단을 올라가서
나 온다고 미리 활짝 열어놓은 문 안으로 들어가니..
덥다. 꿉꿉하니 너무 더웠다.
이 더위를 엄마 아빠는 에어컨도 켜지 않고 그저 오래된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며 버티고 있다.
아빠는 워낙 마른 체격이라 더위를 견디는 듯 했으나 엄마는 더워 보였다.
나 또한 참고 싶지 않은 더위였으나
괜히 내 눈치 보느라 잘 켜지도 않는 에어컨을 켤까봐
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.
엄마는 나에게 줄 반찬거리들을 챙기느라 바쁘다.
콧잔등에 송글 송글 땀이 맺혀 있는 게 멀리서도 보이는 것 같다.
그사이 나는 아빠와 어색한 대화를 잠깐 나눴다.
(나이가 이만큼인데도 친정 아빠는 왜 어색한 건지..)
오이지, 된장, 옥수수.. 거기다가 작은 올케가 일본 여행에서 사 온 빵까지..
어느새 짐이 한 짐 쌓였다.
" 오이지 가지러 오라며.. "
" 오랜만에 된장 담았는데 너무 맛있다. 옥수수는 누가 줬는데 우리 둘이 먹기엔 많아. 가서 애들하고 저 먹어.
이 빵도 애들 갔다 줘라. 우리는 달아서 안 먹는다."
무거워서 어떻게 가져가냐며,
이제는 나보다 더 날씬해진 아빠에게 굳이 차에 실어 주란다.
그렇게 막 친정집을 나서려는데,
" 이것도 가져가라! 두부집에서 두부를 사니까 순두부를 줬는데, 찌개 끓여 먹어, "
엄마는 봉지에서 찰랑 거리는 순두부를 들고 와서는 꽉꽉 들어찬 짐 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다.
난 오이지를 가지러 왔는데.. 의도치 않은 친정 털이를 하게 된 거 같아
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..
집에 돌아와 엄마가 싸준 음식들을 재빨리 냉장고에 정리해서 넣고,
옥수수는 껍질을 벗겨 바로 쪘다.
" 옥수수수염을 같이 쪄야 더 맛있다.!!"
엄마가 했던 말을 생각하며, 어느 정도의 수염도 같이 찐다.
사카린이랑 소금도 적당히 넣아야 한다고 했다.
엄마가 준 음식은 허투루 할 수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처리한다.
나에게 준 정성만큼 나도 가족들과 정성스럽게 먹어야 한다.
편하지 않은 다리로 된장을 담겠다고 얼마나 힘들었을지..
고생을 왜 사서 하는지...
엄마. 고마워! 잘 먹을게요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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